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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감상문]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감상문 | 독후감, 느낀 점 정리

이모이 2025. 3. 2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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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저자 : 조세희
출판사 : 이성과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내려다볼 필요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누군가는 이에 환송하며 이를 마치 하나의 복이라고나 생각했을 것이다. 높은 빌딩이 지어지고 화려한 불빛들이 밤을 매우기 시작하자, 마치 어둠 속에서 인류의 첫 불이 피어올랐던 것 마냥 그렇게 바라보고 있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것은 가로등과도 같았다. 가로등은 그 밑을 밝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길의 모든 부분을 구석구석 밝혀주지는 않는다. 가로등의 불빛이 닿지 않는 곳, 혹은 그로 인해 생긴 그림자에 난장이들은 계속 살아가고 있었다. 가로등의 빛은 날이 갈수록 밝아졌지만, 그에 따라 그림자는 점점 짙어져 가는 게 현실이었다. 난장이들의 고통도 그렇게 골이 깊어졌을 것이다. 가난과 슬픔, 끝나지 않는 고통의 굴레를 책을 통해 보며 느낀 감정은 공감이었다. 분명 이 책의 저자는 글을 쓰며 미래의 누군가 자신의 글을 읽고는 마치 다른 별의 이야기를 접한 것마냥 신기하게 생각하길 바랐으리라. 그러나 안타깝게도 책을 읽은 내가 느낀 감정은 공감이었다. 내가 책 속 등장인물처럼 가난하고 뼈저리게 원통한 삶을 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야비하게 아픈 상처를 후벼 파는 사람 또한 아니다. 그러나 내가 느낀 것은 사회의 부조리와 개발로 인해 무너져가는 어느 누군가의 삶, 터전이었다. 그리고 그것들은 내게 공감이라는 형태로 찾아왔다.
사실, 글을 읽으며 가장 먼저 든 감정은 불쾌감이었다. 불행에 불행이 덮치는 영희네 가족 이야기를 읽고 있자니 문뜩 '다행이다'라는 생각이 든 것이 불쾌했다. 커피 한잔을 옆에 두고 재즈 음악을 들으며, 책장을 여유롭게 넘기고 있는 내 모습이 불쾌했다. 불이네의 눈물로 지어진 도시에서 이러한 사실에 대해서는 조금도 모른 채로 살아온 내가 불쾌했다. 어쩌면 그때까지의 불쾌감은 저자가 바란 것처럼 나와는 상관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야기가 진행되자 오늘날 사회와 책 속 사회가 겹쳐 보이기 시작했다. 1970년대 사회의 형태는 아직, 2020년대에도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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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사람들이 애용하는 배송 서비스 쿠팡(coupang)에서는 매년 노동자 사망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2021년 쿠팡 동탄 물류센터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 사건이었다. 어느 50대 노동자가 추위 속에서 보온 물품 하나 없이 일을 하다가 심근경색으로 인해 별나라로 가게 된 사건이었다. 이 사건을 취재하던 기자가 쿠팡 측에 노동자들이 보온 물품을 소지하지 못하게 한 것에 대해 묻자, 그가 한 말은 "핫팩 한 개 아니고 두 개 드렸거든요?"였다. 그 뉴스를 보고 기겁을 했다. 어떻게 사람이 저럴 수가 있는가? 사람이 죽었는데도 끝까지 자신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언행을 곱씹는 그의 태도에 나는 충격을 금치 못했다. 소외계층에 대한 사회의 방향은 나아지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사망 사건이 난무하는, 시체를 원동력 삼아 운영되는 서비스를 사람들은 계속해서 이용한다.
무너져가는 것은 꼭 사람에게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편리한 생활을 이유로 무분별하게 파괴되는 산을 나는 오늘도 가만히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며칠 전 서울 남산 타워로 여행을 떠나는 길에 베어 넘어지는 나무 더미들을 보았다. 터널을 하나 더 만든다고 했던가? 도로를 하나 더 튼다고 했던가? 힘을 잃고 쓰러지는 풀들과 나무들 사이에서 작은 새 무리들이 쫓기듯 날아갔다. 아마 집을 잃은 거겠지. 그들처럼.
몇 달 전에는 내가 더욱 이 이야기에 공감하게 된 배경이 형성됐었다. 내 친구 A는 시간이 필요한 아이이다. 어떤 행동을 하든, 결정을 내리든, 판단을 하든, 시간이 조금씩은 더 필요했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런 A의 행동을 보고 그를 자폐증이라 불렀다. 나는 A와 친하게 지냈다. A는 기차를 굉장히 좋아했었는데, 내가 그에게 기차 노선도에 대해 물으면 A는 망설임 없이 모든 역의 이름을 읊었다. 내가 생각하는 A는 굉장히 똑똑하고 꿈이 있는 멋진 아이였다. 나는 아직 꿈이 명확히 없기에 A는 어떻게 보면 동경에 대상 같기도 했다. 그러나 다른 이들은, 사회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더라. A와 같은 반에서 수업을 듣는데 내 앞자리에 앉은 남자애들이 수군거렸다. 얼핏 들어보니 A를 주제로 조롱과 감정풀이를 하고 있었다. 밖에 나가 길을 걸으니 검은 눈동자가 우리에게 고정되어 움직이질 않았고 몇몇은 키득대며 A의 발걸음을 따라 했다. A는 인지를 못한 것인지, 아니, 아니지, 마치 일상이라는 듯 앞만 보고 걸었다. 그 사람들에게 A는 마치 본 책에서 장애인을 이름이 아닌 '꼽추', '애꾸'라고 부르듯 한 명의 인격이 아닌 장애인이라는 구경거리 하나로만 보였을지 모르겠다.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렇게 시간이 많이 지났는데도 사회의 큰 틀은 아직 바뀌지 않았음에 큰 한탄을 한다. 반짝이는 금으로 먼지들 위를 덮어둔 격이다. 먼지는 사라지지 않았다. 계속해서 쌓일 뿐.
기술이 발전하고, 경제가 발전하고, 세계가 발전하는데 왜 사회는 끝없이 양극을 향해 갈라지는 걸까? 왜 자꾸만 힘이 약한 이들을 무너뜨리는 것일까? 저자가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를 정확히 파악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불행스럽게도 책을 읽은 사람이 공감을 했다면, 저자는 이를 해결해 나갈 방법에 대해 고심해 보기를 바랄 것이다.
책을 통해 깨달은 것 첫  번째는, 우리는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를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당장 눈앞에 비친 것들도 중요하겠지만, 내가 서있는 아스팔트 아래에 묻힌 새싹이나 작은 컵 하나를 만들기 위해 밤낮으로 일한 노동자들의 노력 등을 말이다. 이미 생이라는 것이 너무 각박하고 견디기 힘들어서 남에 대해 신경 쓰고 살기가 어렵다는 사실을 잘 알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노력해야 한다. 나는 어느 책을 읽든 적어도 하나의 깨달음을 얻어간다. 아름답게도, 손 하나 크기의 작은 이 책을 통해 나는 정말 많은 것들을 배워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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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공감하고 살아야 한다. 단순 감정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고 내면을 살펴보고 보듬어주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겉으로 판단하지도 말아야 한다.
가끔은 아래를 내려다볼 줄도 알아야 한다. 저 위에 갑부들이나 명품을 두른 억만장자 연예인이 아니라 조그마한 어린아이, 혼자 있는 직장 상사, 밥을 굶은 노숙자를 보는 시야도 챙겨야 한다.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위만을 보고 살았던 것 같다. 급격한 산업화로 사회는 우리를 위만 보고, 앞만 보고 뛰게 만들었고, 나의 발자국이나 뒤쳐진 친구를 돌아보지 못하게 했다.
이제는 돌아볼 때다. 아래를 내려다볼 때다.
롤러코스터도 항상 빠르게 질주하지는 않는다. 우리는 머릿속에 그것들을 새겨야 한다. 지워지지 않도록. 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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